마리안느 수녀(소록도에서 봉사한 외국인 수녀님 이야기)
돌아온 천사 할매
“이 편지를 보는 당신에게 하늘만큼 감사합니다.”
“같이 지내면서 우리의 부족으로 마음 아프게 해 드렸던 일에 대해 용서를 빕니다.”
11년 전 이렇게 쓰인 단 한 장의 편지만을 남긴 채 홀연히 떠난 그녀, 마리안느 수녀.
소록도의 엄마, 천사 수녀, 천사 할매.
환자들이 마리안느 수녀를 부르는 이름은 다양합니다.
그녀가 한국에 처음 온 건 1962년, 그녀의 나이 스물일곱 살 때였습니다.
한센인들에 대한 편견으로 의료진조차 접근하길 꺼려 했던 그때, 그녀는 친구 마가렛 수녀를 따라 아무
런 연고도 없는 소록도를 찾아왔습니다.
“병원 직원들도 마스크와 장갑 방역복을 착용했는데 수녀님들은 흰 가운만 걸치고 환자들을 헌신적
으로 돌보셨죠.”
“매일 병실을 돌며 짓물러 달라붙은 환자의 손과 발가락을 맨손으로 떼어 소독해 주셨습니다.”
- 함께 생활한 병원 관계자와 환자들의 증언
43년, 아무런 보수도 받지 않고 그녀가 소록도에서 봉사한 시간입니다.
그렇게 헌신적인 간호를 하던 마리안느 수녀는 정작 자신의 몸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습니다.
갑작스러운 대장암 판정에 세 차례의 큰 수술을 받은 그녀는 결국 2005년, 한 장의 편지만을 남긴 채
마가렛 수녀와 함께 홀연히 떠났습니다.
“몸이 아파서 마가렛과 함께 떠났어요. 저희에게도 아주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나이도 일흔 살이
넘고 아픈 몸이 다른 분들에게 짐이 될 것 같아 조용히 떠났어요. 여기서 죽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
었죠.”
- 마리안느 수녀의 인터뷰 중
그렇게 영영 떠난 줄 알았던 마리안느 수녀는 국립 소록도 병원 개원 100주년을 맞아 11년 만에 다시 돌
아왔습니다.
“아름다운 섬, 제가 사랑하는 섬, 여기 다시 오게 돼서 정말 기쁩니다.”
고국인 오스트리아의 한 시골 마을에서 빈곤층 수준 연금으로 생활하는 그녀는 한국 쪽에서 제안하는
노후 보장과 금전 지원은 극구 사양하고 있습니다.
소록도에서 보낸 시간 동안 가장 행복했던 건 자기 자신이라면서요.
<출처: 문화방송(MBC), 천사 할매가 돌아왔다(2016. 4. 28.),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rMLKvvpx9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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