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정치 제도, 민주주의>
민주주의는 정치의 주인이 국민인 제도이다. 인간은 귀한 존재이므로 자유롭고 평등해야 한다는 믿음이 곧 민주
주의 제도의 기초이다. 그런데 가끔 민주주의가 절차도 복잡하고 모두 자기만 옳다고 주장하는 시끄러운 제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어떤 일을 결정할 때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일을 처리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다 보니 솔로몬이나 세종 대왕같이 지혜롭고 백성을 사랑하는 착한 왕이 다스리는 것이 더 좋은 정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아주 오래전 그리스의 철학자인 플라톤은 변덕스럽고 무지한 백성들에게 정치를 맡기는 민주주의보다는 윤
리와 진리를 누구보다 많이 아는 지혜로운 철학자가 다스리는 것이 제일 좋은 정치 제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무
리 자유가 좋다고 해도 그 자유로 인해 이익을 서로 차지하려고 다툰다면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민주화가 된 요즘에도 독재 시절이 오히려 낫다고 말하는 사람이 간혹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도 민주주의가 최고의 정치 제도로 손꼽히는 이유는 민주주의가 겸손한 체제이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민주
주의는 우리가 잘못을 저지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 두고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좋은 것
이다.
역사적으로 국민을 섬기는 왕보다 괴롭히는 왕이 훨씬 더 많았고, 현대의 독재도 마찬가지이다. 정치에 관한 격언
중 “권력은 부패하기 쉽고, 절대적인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권력자가 국민을 두려
워하지 않고 자신의 권력이 아무도 무너뜨릴 수 없을 정도로 안전하다고 생각하면, 나쁜 권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주의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이기적이며 불완전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에 대비하는 제도이다. 누구든 나쁜
정치가가 권력을 잡고 나쁜 정치를 하면 그 사람을 교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출처] 김준형(2012), 『좋은 정치란 어떤 것일까요?』, 서울: 나무 생각, 64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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