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인종을 일컫는 카니발은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로부터 비롯됐습니다.
자신이 도착한 곳이 아시아의 인도라고 생각했던 그는 이 지역의 원주민들을 몽골 제국의 왕 칸의 후순돌이라고 착각해 이들을 카니바스라고 불렀죠 콜롬버스는 카니바스의 이웃 부족으로부터 카니바스 족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소문을 듣게 됐고 이 소문은 유럽으로 퍼지면서 카니발은 식인종을 뜻하는 단어가 됩니다.
물론 나중에 이 소문은 거짓인 걸로 밝혀졌지만 말이죠.
그런데 정말 인류 진화사에 식인종이란 집단은 없었을까요.
만약 없었다면 그 이유는 뭘까요. 오늘은 식인종과 식인 행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식인종이란 단어는 미개하기 그지 없지만 사실 식인 행위는 과거 인류의 역사 속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영국 런던 자연사 박물관의 실비아 벨로 박사는 영국 남서부의 한 협곡에서 1만 4천700년 전 현생 인류의 유골들을 발견했는데 그녀는 여러 뼛조각에서 발견된 인류의 이빨자국과
두개골 화석 중 일부가 마치 그릇처럼 매끈하게 가공된 점들로 미루어 보아 당시에도 식인 풍습이 있었다고 주장했죠.
먼 옛날이라 식인 풍습이 있었겠거니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식인 풍습은 꽤 최근인 1150년대에도 있었습니다.
미국 콜로라도의 남서부 지역 인디언들의 유적지에서 이들의 똥아석이 발견됐는데 미처드 말라 박사는 이 똥아석에서 인간 근육에 있는 미오 글로빈 단백질을 검출해
식인행위의 생화학적 증거라는 제목으로 2천년에 네이처지에 논문으로 발표했죠.
뿐만 아니라 지난 2013년엔 17세기 초 유럽인들이 미국에 정착해 세운 제임스 타운에서 식인 행위가 일어났다는 증거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인류학자인 덕 오슬레이 박사는 제임스 타운 유적지에서 처참하게 난도질 당한 14살 소녀의 두개골 화석을 발견하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흔적은 사람들이 식용을 위해 살을 파먹고 뼈에 구멍을 내 뇌를 꺼내 먹었다는 증거입니다 라고 말이죠.
실제로 1609년에 제임스 타운 상황을 기록한 문헌에 따르면 당시 마을의 식량이 완전히 바닥나면서 이민자들은 개와 고양이는 물론 쥐와 뱀 심지어 신발 가죽까지 뜯어 먹었고 도저히 허기를 참을 수 없었던 사람들은 영국인의 무덤이건 인디언의 무덤이건
가릴 것 없이 판에서 죽은 이들을 먹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식인행위는 20세기에도 나타났는데요.
1972년 우루과이 공군 571편 비행기가 안데스 산맥에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났는데 당시 생존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죽은 동료의 시신을 먹은 사건은 식인 행위의 유명한 일화 중 하나죠 그런데 과연 앞에서 나온 이야기들로 인류 진화사에서 식인종이 존재했다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요.
고인류학자 이상희 교수는 식인 행위는 장례 의식이나 극한의 상황 사회 문화적 이유로 종종 나타날 수 있지만 영양 섭취를 위해 사람이 사람을 일상처럼 먹는 식인종 집단은 인류 진화사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진화적으로 시기는 생존에 매우 불리한 행동이기 때문이죠.
식인이 불리한 행동인 첫 번째 이유는 정말 간단합니다.
자신과 피지컬과 지적 능력이
비슷한 동종을 사냥하는 건 토끼나 사슴 등을 사냥하는 것보다 배는 어렵기 때문이죠.
동종을 사냥하기 위해 쓸 에너지로 다른 동물들을 사냥하는 게 훨씬 낫습니다.
그래서 인간을 제외한 다른 동물들의 세계에서도 나 번식 그리고 스트레스를 받는 등 특정한 상황이 아니면 동종을 상습적으로 잡아 먹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두 번째 이유도 이와 비슷한 맥락인데요.
인육을 먹는 건 영양학적으로도 별 효율이 없습니다.
2017년 영국 브라이튼 대학의 고고학자 제임스 콜 박사는 인육을 영양학적으로 분석하는 꽤 기이한 연구를 했는데요.
논문 제목도 구석기 시대 시인 행위에 있어 열량의 중요성 평가로 정말 독특합니다.
그는 논문을 통해 55kg의 남성을 기준으로 허벅지는 1만 3350킬로칼로리 상박은 7450킬로칼로리 하박은 1660kg 칼로리 심장은 650 간은 2570
신장은 한 쌍에 380 폐는 1600 큰 창자와 작은 창자는 1천260 피부는 만 280 뇌와 척수는 2700칼로리나 된다면서 인체 항구의 총 열량은 12만에서 14만 킬로칼로리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거 완전 내장 파게버거급 고열량인데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콜 박사는 한 명의 인육은 고작 해야 25명의 남성이 반나절만 버틸 정도의 열량인 반면
근육만 360만 킬로칼로리에 달하는 메머드 한 마리만 잡으면 같은 수의 집단이 두 달은 버틸 수 있다고 언급했죠.
한마디로 콜박사는 굳이 영양 보충을 위해 식인을 일상처럼 행하는 집단은 인류 진화사에 없었을 것이고 대부분 화석으로 발견되는 식인 행위들은 종교나 장례의식 같은 사회 문화적 이유 때문일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끝으로 식인 행위가 지닌 최대 단점은 바로 질병입니다.
바이러스나 세균 기생충 등은 같은 종 내에서 훨씬 쉽게 감염됩니다.
예를 들어 박쥐 체내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되려면 바이러스 유전자에 어느 정도의 돌연변이가 일어나야 하지만 사람끼리는 바이러스의 변이가 없어도 바로 감염되주 즉 동종을 잡아먹는 행위는 곧 질병 감염으로 이어진다는 얘기입니다.
이와 관련된 재밌는 연구가 하나 있는데요.
인도의 밀린드 박사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사람 돼지 소 등 13종의 포유로 똥 냄새를 맡게 한 뒤 누구의 똥 냄새에 가장 거부감을 느끼는지 분석했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당연하게도 사람은 사람의 똥 냄새를 가장 역하게 느끼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두 번째로 역하다고 느낀 똥은 인간과 다양한 기생충을 공유하는 돼지였고 소처럼 인간에게 감염되는 기생충이 적은 동물의 대변일수록 덜 역겹다고 느꼈죠 이를 두고 진화 생물학자들은 같은 종의 배설물에는 자신에게 감염될 기생 생물들이 가장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과 같은 종인 사람의 똥 냄새를 가장 역하게 느낌으로써
질병 감염을 회피한다고 설명합니다. 배설물조차 이럴지인데 같은 종의 뇌나 근육 등 살코기를 먹는 행위는 질병 감염의 위험을 높일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식인 행위를 의례적으로 일삼는 식인종 집단은 자연계에서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이 같은 식인 행위가 질병으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가 있는데요.
바로 1950년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푸르병이
파푸아 뉴기니엔 포레족이라는 원시 부족이 살았는데 1950년대 이 부족 전체에 괴상한 질병이 돌았습니다.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은 온몸에 근육이 풀어져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건 물론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온몸을 심하게 떨다가 결국엔 폐렴으로 죽어 나갔는데 당시 사람들은 이 병을 가리켜 몸이 떨린다는 뜻을 지닌 쿠르라는 이름을 붙였고 주로 여성들에게서 많이 발병했죠.
당시 많은 의학자들은 이 병의 원인을 찾고자 했지만 도통 그 이유를 알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1957년
미국의 소아과 의사였던 데니얼 가이드색은 이 병이 식인 풍습 때문에 발생했다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당시 포레족은 사람이 죽으면 죽은 이의 손과 발을 자른 후 뇌와 장기를 꺼내서 사른 남자들이 뇌와 장기는 주로 여자들이 먹는 기이한 장례를 치렀는데요.
바로 죽은 이의 뇌에 쿠르병을 일으키는 프리온이란 병원성 물질이 있었던 거죠.
그래서 부족원 중에도 주로 죽은 이를 손질하거나 뇌를 먹었던 여성들이 후루병에 더 많이 걸렸던 겁니다.
프리오는 뇌세포를 파괴하는 물질로 dna나 rna도 없는 단백질에 불과하지만 마치 다크아칸의 마인드 컨트롤처럼 주변의 정상 단백질들을 병원성 단백질로 변형시켜가며 뇌를 잠식해 나가는 무서운 녀석이죠.
이처럼 쿠르병은 식인 에기가 얼마나 질병 감염에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만약 식인을 일상처럼 행하는 식인종 집단이 있었다면 이들은 이미 질병으로 모두 사라지고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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