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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상식

트라이아스기 후기 200만 년 동안 지구 전역에 내린 장마

by 푸른바다99 2022.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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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도 더위지만 특히 습하고 축축한 날씨가 지속되는 장마철은 정말 짜증이 솟구치죠 그런데 2억 3400만 년 전인 트라이아스기 후기 무려 200만 년 동안 장마철이 지속된 시기가 있었다면 믿어지시나요.
이른바 카르니안절 우기 사건인데요. 오늘은 지구 역사상 가장 길면서도 지구 생태계에 특별한 동물을 데뷔시킨 위대한 장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페름기에 이어 트라이아스기에도 지구는 지독하게 건조했습니다. 
그 이유는 당시 초대륙 판게아 때문이었는데요. 
해안가를 제외하면 광활한 대륙의 내부에는 비가 거의 오지 않았죠. 
그래서 당시 대부분 지층에서는 천천히 퇴적된 붉은 사암층이 발견됩니다.
그리고 많은 과학자들은 이런 건조한 기후가 판게아가 분열될 때까지 지속됐다고 생각했죠. 
그러던 1989년 영국의 지질학자였던 심즈와 러펠 박사는 기존 관점을 뒤집는 발견을 합니다. 
그들은 유럽에 분포한 케오퍼 지층 중 2억 3천400만 년 전에서 2억 3천200만 년 전 지층에서 강에서 발견되는 여감들과 더불어 큰 호수에서나 발견되는 퇴적물 그리고 늪지대의 흔적들을 발견한 거죠.
이들은 이 증거들이 약 200만 년 동안 지구 전역이 비가 자주 내리는 기후로 바뀌었음을 뒷받침해주는 증거라고 생각했고 이 시기를 카르니안저 우기 사건이라고 명명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지질학자였던 행크 비셔를 비롯해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논문의 증거 부족을 지적하며 강과 호수가 생긴 건 일시적인 사건이었을 뿐 지구 전체의 기후를 대변하기엔 어렵다고 강력하게 반박했죠. 
이렇게 젊은 두 과학자의 연구는 그대로 묻히는 듯 했는데
그러던 2천년대 초반 이탈리아에서는 고대 호수의 흔적이 미 서부에서는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젖은 토양 지층의 흔적이 또 중국에서는 대규모 강의 흔적이 발견됐고 이 흔적들이 모두 2억 3천400만 년 전에서 2억 320만 년 전인 카르니안 절에 형성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카르니안절 우기 사건이 전 지구적 사건이었다는 주장은 학계에서 점차 정설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즉 트라이아스기 후기 200만 년 동안 지구 전역에 오랫동안 비가 내렸고 그 결과 메말라 있던 땅에 큰 호수나 강이 만들어졌다는 거죠. 
그런데 얘기만 들어보면 물이 많아진 지구는 생물들이 살기 좋은 환경으로 변했을 것 같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지난 2020년 지질학자인 자코포 달 코르소는 카르니안전 우기 사건은 5대 대멸종에 포함되진 않지만 35%에 달하는 해양 생물 속이 사라지는 결과를 낳았다고 밝혔죠.
그 이호인 잭슨 200만 년 동안 우기 기후가 지속된 결과 강이 형성됐고 강을 통해 바다로 유입된 다량의 무기 염류들이 바다의 부영양화를 불러와 바다 표면에 해양 플랑크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바닷속 용존 산소량이 감소했다는 겁니다. 
그 결과 경골어류는 5162% 가까이 다양성이 감소했고 암모나이트류와 코노돈트류 역시 큰 타격을 입었으며
또 탈라토사우르스 같은 해양 파충류도 이 시기에 자취를 감췄죠 그런데 무엇보다 가장 흥미로운 건 이 오랜 기간의 우기는 지구 육상 생태계의 새로운 지배자를 탄생시켰다는 사실입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공룡이었죠. 우기가 찾아오기 전 지구 육상 생태계는 피토 사우루스류가 속한 크로르 타르슈르 같은 집에 파충류들과 링코사우르스 목의 파충류들 그리고 디키노동 같은 단국류들의 세상이었습니다.
물론 공룡도 트라이아스기에 일찌감치 모습을 드러내긴 했지만 당시 생태계 내 이들의 비율은 5에서 10%에 불과했죠. 
그런데 카르니한전 우기 사건을 거치고 나면 공룡 그룹의 비율은 무려 90%까지 늘어납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이를 설명하는 여러 이유들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식물상의 변화입니다.
우기 사건 이전 육지가 건조했을 때는 키가 작은 초목들 위주였지만 강수량이 늘면서 침엽수나 소철류 같은 키가 크고 입과 줄기가 즐긴 식물들이 많아졌죠. 
그런데 당시 공룡들은 여타 초식 동물들과 달리 소화를 도와주는 위석을 지니고 있어 즐긴 식물도 쉽게 먹을 수 있었고 먹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직립 보행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키가 큰 식물들을 먹는 데 보다 유리했죠.
반면 기존 초식 동물들은 이렇게 변화하는 식물상에 적응하지 못해 점차 도태됐습니다. 
특히 공룡은 기낭을 지닌 덕분에 당시 산소 농도가 낮았던 환경에서 효율적으로 호흡할 수 있었죠. 
또 직립 보행을 할 수 있어 그 어떤 동물보다 빠른 기동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공룡들은 경쟁자들이 줄어든 생태계의 빈공간을 빠르게 채워가며 번성할 수 있었던 겁니다. 
200만 년이란 찰나의 시간 동안 내린 빗줄기가 공룡 시대의 서막을 연 셈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도대체 이 급작스러운 우기 사건은 왜 시작된 걸까요. 
아직 여기에 대해서는 논쟁이 많은데요. 
크게 두 가지 가설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화산 활동 가설로 2억 3천200만 년 전 캐나다 서부에 위치한 랭겔리아 지층에서 대규모의 화산 활동이 원인이 됐다는 주장이죠. 
당시 화산 폭발로 다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됐고 이는 지구 온난화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물의 증발이 활발해지면서 이는 다시 강수량의 증가로 이어져 지구에 많은 비가 내렸다는 가설이죠. 
그리고 두 번째로는 조산운동 가설인데요. 
저는 이 가설이 좀 더 재밌었습니다. 
바다에서 윤기한 킨메리아 산맥은 약 2억 5천만 년 전부터 천천히 위쪽으로 이동했는데 그 결과 신 테티스에가 열리고 구 테티스에는 점점 다치게 됐죠.
그런데 이때 신테티스에서 만들어진 구름은 킨메리아 산맥에 의해 차단돼 육지로 이동하지 못했고 구름들은 계속 쌓여 크고 강한 비구름으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이 비구름은 주변 판개와 대륙에 지속적으로 비를 뿌리는 결과를 낳았다는 주장이죠.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00만 년간의 우기 어느 날 우연히 찾아온 장마는 별 볼 일 없던 한 동물을 지구 무대 위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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