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나라 하면 어떤 나라가 생각나시나요.
아마 국제 정세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일단 소말리아라고 대답할 겁니다.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뭐 해적 이런 거니까 의심의 여지 없이 망한 거죠.
왜 뜨끔하지 사실 아프리카에 있는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도 내전이나 독재 같은 문제들을 겪고 있습니다.
다만 소말리아는 그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으로 막장이고 존재할 수 있는 모든 문제들을 종합 선물세트로 갖고 있어요.
보통 아프리카에 있는 모든 문제들은 국경선에서부터 출발한다고들 알려져 있습니다.
다른 민족 다른 언어 다른 종교끼리 한 나라에 묶어버리고 서구 열강들이 마음대로 줄 그어서 그렇다고요 그렇다면 소말리아도 같은 테크를 타고 망하게 된 걸까요.
일단 아프리카라는 대륙 자체를 한번 봅시다 유라시아 대륙 다음으로 큰 지구에서 두 번째로 큰 대륙으로 우리 생각에 크다 싶은 나라들 뭐 미국 인도 중국을 동시에 때려 박아도 아프리카 대륙을 다 채울 수가 없습니다.
이런 대륙을 그냥 대충 아프리카라고 뭉뚱그려 부른다는 건 인도인이랑 일본인을 뭉뚱그려서 아시아인이라고 부르는 거라고
동급이라고 볼 수 있죠 특히나 중요한 건 바로 여기 사하라 사막인데요.
인간을 비롯해서 진짜 웬만한 동물들도 살기 힘든 지구상에서 가장 흉악한 사막 중 하나로 이 사하라 사막이 아프리카 한복판을 남북으로 반가하고 있기 때문에 사하라 북쪽이랑 사라 남쪽은 아예 다른 대륙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예요 소말리아는 이 사막의 동쪽 인도양에 위치한 나라입니다.
사하라의 북쪽 남쪽 그리고 바다까지 접하기 때문에 여러 문명들이 교차하고 독특한 고유의 문화가 발전해 온 그런 곳이죠.
애초에 현생 인류의 고향이 바로 동아프리카잖아요.
유럽이나 아시아에 사람이 살기 훨씬 이전부터 사람이 살았고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인들도 여기 있던 여러 왕국들에 대해 기록을 남겼을 정도입니다.
아프리카 대륙 이거 보면 사람 머리처럼 생겼죠 그래서 여기 뾰족한 부분을 아프리카의 뿌리라고 부릅니다.
홍해와 아덴만을 사이에 두고 아라비아 만도를 바라보며 조금만 더 가면 이집트와 페르시아까지 닿을 수 있죠 소말리아는 이렇게 딱 봐도 상당히 좋은 위치에 자리 잡아 있어요.
로마 시대에 이집트와 에티오피아가 기독교화 되고 아라비아 반도의 유대교 국가가 등장하면서 아프리카의 뿔에도 아랍과 페르시아에서 온 여러 이주자들이 도착했습니다.
모가디슈 같은 유서 깊은 무역 도시들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꾸준히 무역으로 먹고 살았어요.
아프리카의 내륙 지역은 근세까지도 거대한 통일제국이 등장한 적이 별로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마을마다 부족마다 언어와가 종교가 다르거든요.
그러나 동아프리카 해안지대는 일찍이 7세기부터 이슬람의 영향을 받으면서 아프리카와 이슬람 문화가 혼합된 거대 문화권들이 형성됐습니다.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도 유목 생활을 하며 수니파 이슬람을 믿는 소말리 문화가 등장했어요.
딱 봐도 알겠죠. 소말리아라는 말 자체가 바로 소말리족의 땅이라는 뜻입니다.
오늘날 소말리아의 수도인 모가디슈 등 여러 소말리 도시 국가들이 형성되며 소말리아 상인들도 인도양 무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어 이슬람의 탄생 이후 유일하게 기독교로 남은 곳이 바로 에티오피아였거든요.
그래서 에티오피아와 소말리 세력은 끊임없이 충돌했습니다.
16세기에 새로운 세력인 포르투갈이 나타나자 같은 기독교 국가끼리 편을 먹고 치고 들어오는 바람에 한때 위기를 맞기도 했어요.
같은 무슬림 형제였던 오스만 제국의 헬프를 치면 소말리 도시들도 맞불을 놨습니다. 이를 통해 포르투갈 세력의 북진을 막고 아덴만 지역에서 세력을 유지할 수 있었죠.
오스만 제국과 오만 제국 같은 강력한 무슬림 세력들이 버티고 있었기에 인도양 서쪽에서 소말리 상인들의 활약은 계속됐습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이 되면 서구 열강들과 이슬람 세력의 세력 균형이 너무 기울어져 버려요.
지구상 좋은 땅들은 다 나눠 먹었고 이제 남은 건 아프리카밖에 없는 상황이 예전과는 달리 그냥 기관총 들고 들어가서 다 쓸어버리고 깃발 꽂는 속전속결 땅 따먹기가 시작됐습니다.
이게 너무 과열되니까 잠깐 타임하고 베를린에서 다 같이 모여서 아프리카 지도를 쫙 펼쳐놓고 사이좋게 나눠 먹기로
뒤늦게 열강 라인에 합류해서 식민지가 없었던 이탈리아 이 틈을 타서 에티피오피아 북부에 에리트레아를 점령하며 아프리카의 뿔까지 밀고 들어왔습니다.
에티오피아 제국에 한 차례 털리면서 서구 열강 자존심에 먹칠을 하기는 했지만 재차 침략해서 점령에 성공 동부와 남부 소말리아까지 가져 성공했어요 소말리족 부족들은 힘을 합쳐 무장 투쟁을 전개했습니다.
유럽과 에티오피아 세력을 몰아내고 소말리족의 이슬람 통일 국가를 세우자는 목표 1차 대전이 끝날 때까지 여러 주요 도시들을 탈환하는 내 성공했지만 전쟁 끝나자마자 영국군이 폭격을 퍼부으면서 진압당하고 말았죠.
2차 대전에서 패배한 이탈리아는 영국과 프랑스에게 식민지를 거의 다 뺏겼습니다.
전쟁 중 자력으로 이탈리아 군을 몰아냈던 에티오피아는 독립국이 됐고요
이탈리아령 소말리아만 예외적으로 다시 이탈리아가 신탁 통치하게 됐는데 대신 유엔의 감시 하에 10년 뒤에 독립시켜줘야 된다는 조건이었습니다.
회전국이었던 이탈리아는 약 약속대로 고분고분 따랐고 1960년 영국령 소말릴란드와 이탈리아령 소말리아가 사이좋게 독립 하나로 합체해서 소말리아 공화국이 출범했습니다.
수니파 이슬람의 같은 언어를 쓰는 소말리족들의 나라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보다는 상당히 안정적이죠.
잘 뭉칠 수도 있었어요. 그리고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에 비해서 지하자원 같은 노다지가 없어서 자원을 두고 치고 받을 일도 없었죠.
좋은 거 맞나 아덴만을 앞에 두고 있는 지리적 요충지라는 점 말고는 외부 세력이 개입할 건덕지도 없었던 거예요.
그러나 근본이 사막 유목민인지라 자기네 부족의 이득만 생각하는 족벌 정치가 문제였습니다.
이게 해결되면 한마음 한 뜻으로 희망편 되는 거 안 되면 갈갈이 찢어져서 절망편 되는 거였어요.
외부적으로는 전통적으로 사이가 안 좋았던 에티오피아와 계속해서 트러블이 있었습니다.
에티오피아 영토로 들어간 오가덴 지역에도 소말리족들이 많이 사는데 소말리아 입장에서는 여기가 원래 소말리아였어야 된다 이거예요.
북경 지역에서 끊임없이 국지전이 일어나며 군사적 긴장 상태가 유지됐습니다.
독립한 지 9년 만인 1969년 결정적으로 다가 사회주의
쿠데타까지 터져버립니다. 쿠데타를 주도한 시아드 바레 장군은 대통령을 암살하고 군부 독재 체제를 만들었어요.
족벌 정치를 없애겠다더니 얼마 안 가 오히려 이걸 이용하면서 자기 부족만 챙겨줬고 마땅한 자원도 없는 판에 그저 선진국들의 원조에만 의존하며 경제를 망지기 시작했죠.
부족들끼리의 이권 다툼은 심해지고 국민들의 불만은 높아져만 갔습니다.
그리고 이런 불만을 돌리는 데는 외부의 적만큼 좋은 게 마침 1973년부터 에티오피아 오가덴에서 소말리족 반군들이 들고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시아드 바레 정권은 이 반군들을 본격적으로 지원하며 불씨를 키우게 되는데 1977년 7월 13일 시아드 바레는 뇌절을 하게 됩니다.
7만 병력의 기갑 항공전력까지 동원된 소말리아 정규군이 에티오피아를 침공했어요. 현지에 있던 소말리족 반군들의 지원으로 한 달 만에 오가된 지역 절반 이상을 점령 이런 급발진에 당황한 건 에티오피아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소련에 비상이 걸려요. 당시 에티오피아 정권도 소련편 소말리아 정권도 소련편이었거든요.
같은 편끼리 싸우면 안 되잖아요 소련이 나서서 일단 중재를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다 이긴 전쟁이라고 생각한 소말리아에서 말을 안 듣고 소련은 결국 소말리아를 손절하고
에티오피아를 지원해 주기 시작합니다.
우수 물자는 물론 쿠바에서 온 전투 부대까지 에티오피아군에 합류하면서 전세가 역전됐어요.
1978년 3월 15일 소말리아 군이 오가덴 지역에서 완전히 철수하면서 전쟁은 일단락되고 에티오피아의 승리로 마무리되게 됩니다.
선빵 쳐놓고 역으로 털린 거죠. 소말리아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막장 탱크를 타기 시작합니다. 정규군이 사실상 붕괴되어 버리고 농업이나 경제도 개판이 됐어요 소련이랑도 이제 남남 미국이랑 이탈리아한테 원조를 받기 시작했는데 가뭄이 이어지고 피난민들까지 마구 들어오면서 회생이 되질 않았죠.
십 년간 나라를 가던 소말리아 국민들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습니다 시아드 바레를 몰아내려는 움직임이 일어났어요.
그동안 소외당하고 있던 여러 대부족들이 각자 연합에서 반군을 일으켰습니다. 1986년부터 유혈 사태가 일어났는데 오가덴 전쟁 때 이미 만신창이가 된 정부군은 1990년 말 수도 모가디슈까지 잃어버리면서 완전히 와해돼 버렸어요.
이듬해인 1991년 바레가 케니아로 빤스런을 치고 소말리아 정부는 통일 소말리 회의가 장악하죠.
여기까지는 내전이 아니라 소말리아 혁명이라고 보통 부릅니다.
진짜 내전은 지금부터였거든요. 공동의 적이 없어지자마자 바로 분열이 시작됐어요.
통일 소말리 회의 소말리 애국운동 소말리 국민운동 등 이름은 여러 가지였지만 결국 그냥 총 든 부족 집단들에 불과했습니다.
정권을 잡은 통일 소말리 회의가 여러 분파로 갈라지면서 이권 다툼이 시작되고 소말리 국민운동은 아예 그냥 자기네끼리 대통령 뽑고 독립해 버려요.
그래도 다른 나라들처럼 정부 군이라도 있으면 모르겠는데 정부군은 얼마 전에 다 같이 해치웠잖아요.
각각 세력도 고만고만했기 때문에 사태는 갈수록 오히려 심화됐습니다. 내전 초기였던 천구백구십이년 미군이 개입해서 모가디슈를 장악하고 잠시 동안 사태를 안정시켰지만 이듬해 반군 연합에게 큰 피해를 입으면서 철수를 결정해 버리고 1995년에는 유엔 평화유지군까지 포기하고 발을 빼버렸습니다.
이 시점 이후로 소말리아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가 됐습니다.
부족들을 기반으로 한 군벌들이 각 지역을 통제하고 무역의 요충지였던 지리적 이점도 이쯤 되니까 반대로 작용을 해서 갈 곳 잃은 청년들은 바다로 나와 해적질을 하기 시작했어요.
2천년에 소말리아 과도 국민 정부가 만들어져 유엔의 승인을 받았으나 막상 군벌들이 아무도 인정을 안 해서 3년도 못 가고 망해버리고 2004년에 다시 소말리아 과도 연방 정부가 들어서서
간판만 걸어놓고 있었습니다. 부족 간의 뿌리 깊은 불신과 이기주의 때문에 어떤 세력도 소말리아를 통합시키지 못하는 상황 이 상황에서 해결사는 하나뿐 다름 아닌 이슬람이었습니다.
2006년 이슬람 법적연맹이 소말릴란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을 장악해요.
이슬람의 깃발 아래 부족 군벌들도 정리하고 해적들도 정리하면
드디어 내전 끝나나 했는데 미국과 에티오피아 아프리카 연합까지 이슬람 원리주의는 안 되지 라며 과도 연방 정부를 풀파워로 지원해 버립니다.
에티오피아 군에 의해 이슬람 법적연맹이 분쇄당하고 상황은 다시 리셋 돼 버렸어요.
이 소말리아 내전은 이슬람 법적연맹에서 떨어져 나온 알샤바브와 이에 맞서는 정부군의 끊임없는 게릴라전으로 이어져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상인들이 거쳐가며 번영을 누렸던 소말리아 지금은 바다에서도 땅에서도 희망을 찾아보기 힘든 상태입니다.
부족들 간의 불신으로 무력 충돌이 빈번하고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의 테러도 끊이지 않고 있어요.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습니다.
2011년에는 정부군이 알 샤바브로부터 모가디슈를 탈환했고 2012년에는 국제사회의 승인을 받은 소말리아 정식 정부가 세워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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